AI와 사회전환

전 국민 무료 AI, 시민에게 돌아오는 것은 무엇인가?

존스박사 2026. 9. 2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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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 공공성 · 시민권

전 국민 무료 AI,
시민에게 돌아오는 것은 무엇인가

‘모두의 AI’가 챗봇 보급을 넘어 공공 인프라가 되려면

백인주의 넥스트코리아AI·사회전환 칼럼

정부는 ‘모두의 AI’를 통해 국민 누구나 비용과 이용량 제한 없이 범용 AI 챗봇을 사용하도록 지원하려 한다. 이 정책은 AI 접근의 문턱을 낮출 중요한 시도다. 그러나 공공재정으로 구축되는 AI라면, 무료 이용만큼이나 시민의 데이터·권리·안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이미 AI를 쓰는 사회가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낸 「전 국민 AI 서비스 보편적 활용 지원(모두의 AI) 사업 공모 안내서」에 따르면, 생성형 AI 이용자는 전체 국민의 44.5%, 약 2,300만 명 수준이다. 국민 3명 중 2명은 일상에서 AI 서비스를 경험한 것으로 제시된다.

학생은 과제를 정리하고, 직장인은 회의록과 보고서 초안을 쓰며, 자영업자는 홍보 문구와 상품 설명을 만든다. AI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검색창이나 계산기처럼 일상에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이 숫자가 곧 AI의 평등한 확산을 뜻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은 유료 모델과 여러 서비스를 비교하며 자신의 일을 자동화한다. 반면 어떤 사람은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지 모르고, AI의 답이 맞는지 확인할 방법도 알지 못한다. AI는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새로운 격차가 될 수 있다.

시민에게 무료 AI 계정을 주는 것과,
시민이 AI 시대의 권리를 보장받는 것은 같은 일인가?

이미 한국인은 AI를 쓰고 있다

공모 안내서가 제시한 2026년 4월 기준 한국인 AI 챗봇 이용 현황은 이 변화의 속도를 보여 준다. 챗GPT 이용자는 2,345만 명, 제미나이 이용자는 845만 명, 클로드 이용자는 241만 명이다. 서비스별 이용자 수이므로 중복 이용자를 합산해서는 안 된다. 다만 한국인의 AI 이용이 이미 상당 부분 해외 플랫폼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생성형 AI 이용자44.5%약 2,300만 명
AI 서비스 경험3명 중 2명정부 공모 안내서 제시
챗GPT 이용자2,345만 명2026년 4월 기준
유료 AI 이용자약 180만 명정부 안내서 제시

※ 서비스별 이용자 수에는 중복 이용자가 포함될 수 있으며, 합산 수치가 아닙니다.

 

정부가 ‘모두의 AI’에서 국산 AI 모델을 강조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안내서는 이용자 대부분이 외산 AI 서비스의 무료 버전을 쓰고 있다고 진단한다. 국산 AI 모델이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이용자 경험과 활용 데이터를 축적해야 성능과 품질을 개선하고, 국내 AI 산업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시민을 위한 목표 산업을 위한 목표
AI 접근성과 활용 역량의 격차 완화 국산 AI 모델의 서비스 경쟁력 강화
AI 혜택의 불균형 방지 이용자 경험과 활용 데이터 축적
누구나 일상에서 AI를 쓰게 하는 기반 마련 국내 AI 기업 성장과 생태계 고도화

이 두 목표는 함께 갈 수 있다. 그러나 공공재정으로 시민의 AI 이용을 지원할수록, 시민은 국내 AI 산업을 위한 단순 사용자나 데이터 제공자로 남아서는 안 된다. 시민의 이용이 산업 성장으로 이어진다면, 그 성과도 시민의 권리와 삶의 편의로 돌아와야 한다.

정부는 무엇을 지원하는가

‘모두의 AI’는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공공 지원사업이다. 2026년 1차년도에는 정부 구매 B200 GPU를 최대 512장 내외로 배분한다. 기업당 256장 또는 128장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2개 또는 3개 기업을 선정하는 구조다.

 

지원 대상은 전국민을 상대로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B2C 서비스 경험과 역량을 가진 기업이며, 단일 기업뿐 아니라 컨소시엄도 참여할 수 있다. 사업 기간은 협약 체결일부터 2030년 12월 31일까지 최대 5개년이다. 다만 이후 지원 방식과 규모는 정책·예산 상황, 그리고 연차평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1차년도 지원B200 최대 512장정부 구매 GPU 배분
선정 규모2~3개 기업단일 또는 컨소시엄
사업 기간최대 5개년2030년 12월 31일까지
서비스 목표무료·무제한범용 AI 챗봇 제공 조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참여기업의 의무다. 공모 안내서는 사업자가 2026년 안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범용 AI 챗봇 서비스를 출시하고, 이를 비용 부과와 이용량 제한 없이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공고상 일정은 9월 말 베타서비스, 12월 본서비스 출시다. 다만 이는 공고 당시의 계획이며,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이 설계는 AI 이용의 비용 장벽을 낮출 수 있다. 동시에 공공재정으로 GPU와 서비스 기반을 지원하는 만큼, 서비스 운영 원칙·데이터 처리 방식·오류에 대한 책임도 공적 기준에 맞게 설계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긴다.

챗봇을 넘어, 신청까지 대신하는 AI

‘모두의 AI’는 무료 챗봇에서 멈추지 않는다. 공모 안내서는 사업자가 공공 AI 에이전트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이 에이전트는 시민에게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찾아 미리 알려주고, 신청까지 대신하는 기능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2027년 이후 챗봇보다 더 쉽게 쓸 수 있는 AI 에이전트로 서비스를 고도화해 ‘전 국민 1인 1 AI 에이전트’를 제공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문서가 든 예시는 간명하다. 챗봇이 “1박 2일 여행 일정을 추천”한다면, AI 에이전트는 추천 일정에 따라 예약과 결제까지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핵심 쟁점여행을 추천받는 AI와 복지서비스를 찾아 신청하는 AI는 다르다. 후자는 시민의 개인정보와 행정상 권리, 그리고 실제 생활의 불이익과 직접 연결된다.

복지급여, 주거지원, 의료서비스, 취업지원, 재난지원 신청에서 AI의 안내가 틀리면 시민은 중요한 권리를 놓칠 수 있다. AI가 “신청 대상이 아니다”라고 잘못 알려주었을 때, 시민은 어디에 이의를 제기해야 하는가. AI가 서류를 잘못 제출하거나 제출기한을 놓쳤을 때, 책임은 누가 지는가.

 

공모 안내서도 이 문제를 인식한다. 대국민 AI 서비스 개발·운영 과정에서 저작권, 이용자 위임·대리, 개인정보 처리 동의 등 주요 제도·규제 이슈를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고려한다”는 말과 “권리를 보장하는 구체적 규칙이 있다”는 말은 다르다.

  • AI가 만든 안내인지, 담당 공무원의 공식 답변인지 분명히 표시해야 한다
  • AI가 신청을 돕더라도 최종 제출 전 시민이 내용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 복지·의료·주거·고용처럼 민감한 분야에서는 인간 담당자 연결이 기본값이어야 한다
  • 오류 신고·정정·이의제기와 피해 구제 절차를 서비스 안에 상시 배치해야 한다

서비스 데이터는 누구를 위해 쓰이는가

공모 안내서는 국산 AI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 활용해 이용자 경험과 활용 데이터를 축적하고, 모델 성능과 품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힌다. 사업자 평가에서도 이용자 피드백과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개선하는 체계, 서비스 운영 데이터를 국산 AI 모델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가는 선순환 전략을 평가한다.

 

AI 산업의 작동 방식상 서비스 데이터는 중요하다. 이용자를 만나야 오류와 불편을 발견하고 모델을 고칠 수 있다. 다만 공공사업인 만큼 더 중요한 질문이 따라온다.

국민이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며 남긴 대화와 질문,
행동 데이터는 어떤 원칙 아래 수집되고 누가 관리하며 어디에 쓰이는가?

안내서에는 개인정보 보호 및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 구축 여부도 평가한다고 적혀 있다. 이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추상적인 ‘보호 체계’가 아니라 구체적인 권리다.

  • 대화 기록은 얼마나 오래 저장되는가
  • 대화와 첨부문서는 AI 학습에 활용되는가
  • 학습 활용을 거부해도 기본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가
  • 이용자가 자신의 기록을 열람하고 삭제할 수 있는가
  • 컨소시엄 참여 기업 간 데이터 공유 기준은 무엇인가
  • 외산 AI 모델을 제한적으로 활용할 때 데이터는 어디에서 처리되는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생성형 AI 이용자를 위한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를 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성형 AI 시대의 개인정보 보호는 이용자의 주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서비스가 처음부터 시민이 무엇을 알고 선택할 수 있는지, 어떻게 기록을 삭제할 수 있는지, 어떤 경우 인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를 설계해야 한다.

국산 AI 비율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

공모 안내서는 국산 AI 모델 활용을 원칙으로 한다.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기준에 맞는 국산 모델을 50% 이상 활용해야 하며, 자사 모델만으로 서비스를 구성하지 않고 다른 국내 기업의 국산 AI 모델도 30% 이상 활용하도록 요구한다. 고난도 추론이나 멀티모달 기능에서 필요한 최소 범위에 한해서만 외산 모델 활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이는 ‘국산 AI’라는 말을 구체적 조건으로 바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내 모델 생태계가 한 기업에 집중되지 않고 여러 기업에 걸쳐 성장하도록 하려는 설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민의 관점에서 공공 AI의 신뢰는 국산 모델 비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국산 모델이라도 내 정보가 어떻게 쓰이는지 모른다면 시민은 불안하다. 국내 기업이 운영하더라도 AI가 틀린 행정 안내를 했을 때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공공서비스로 믿기 어렵다.

 

AI 주권은 서버와 모델을 국내에 두는 문제를 넘어선다. 시민이 자기 정보와 삶에 영향을 주는 AI 시스템에 대해 질문하고, 알고, 거부하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문제다.

평가표에 시민의 권리를 넣어야 한다

‘모두의 AI’의 발표평가 항목을 보면 정부가 무엇을 중시하는지 드러난다. 서비스 편의성과 이용자 확보·유지 전략이 50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서비스 품질과 안정성은 30점, AI 생태계 기여도는 20점이다.

 

편의성과 이용자 확보가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아무도 쓰지 않는 공공 AI는 의미가 없다. 서비스 품질과 안정성, 국내 생태계 기여도 역시 필요하다. 하지만 공공 AI라면 평가표에 시민 권리의 언어도 더 또렷하게 들어가야 한다.

현재 중요 평가 요소 함께 강화해야 할 시민권 기준
서비스 편의성과 이용자 확보·유지 전략 고령자·장애인·이주민·디지털 취약계층의 접근성
서비스 품질과 안정성 AI 생성 답변 표시, 오류 정정, 인간 상담 연결
AI 생태계 기여도 개인정보 수집·학습·삭제 방침의 투명성
데이터 활용 및 모델 개선 전략 AI 오류로 인한 시민 피해의 구제 절차

인공지능기본법은 AI의 건전한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을 통해 국민의 권익과 존엄성을 보호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공공 AI의 성과지표도 이용자 수와 편의성만이 아니라, 시민의 권익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보장하는가를 평가해야 한다.

무료 AI에서 AI 시민권으로

‘모두의 AI’는 한국 사회에 중요한 기회다. 비용과 이용량 제한 없이 쓸 수 있는 범용 AI 챗봇은 AI 접근의 비용 장벽을 낮출 수 있다. 공공 AI 에이전트는 복잡한 행정서비스를 시민에게 더 가깝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 국산 AI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서 검증하고 성장시키려는 시도 역시 필요하다.

그러나 정책의 성공은 몇 명이 가입했는지, 얼마나 많은 질문이 오갔는지로만 판단할 수 없다. AI를 처음 쓰는 고령 시민도 필요한 도움을 얻는가. 시민은 자신의 대화와 자료가 어떻게 쓰이는지 아는가. AI가 틀렸을 때 즉시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가. 공공기관은 AI의 오류로 피해를 본 시민에게 책임을 지는가.

 

전 국민에게 AI를 제공한다면, 함께 보장해야 할 것은 계정 하나가 아니다. AI를 이해할 권리, 개인정보를 통제할 권리, 오류를 바로잡을 권리, 인간에게 도움을 요청할 권리다. 한국이 지향해야 할 것은 단지 AI 모델이 강한 나라가 아니라, AI 시대에도 시민의 존엄과 권리가 작동하는 AI 시민권 국가다.

글에 활용한 주요 자료

  1.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산업진흥원, 「전 국민 AI 서비스 보편적 활용 지원(모두의 AI) 사업 공모 안내서」, 2026년 7월.
  2.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산업진흥원, 「전 국민 AI 서비스 보편적 활용 지원(모두의 AI) 사업 공고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고 제2026-0786호, 2026년 7월 13일.
  3. 국가법령정보센터,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4.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생성형 AI 서비스 이용자를 위한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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